휴학? 지르자
왜 휴학했니? 라는 질문에 나는 다음과 같이 대답할 수 있다.
1. 데이터 사이언스 전공자지만 데이터 사이언스가 뭔지 몰랐다.
- 큰 문제였다. 선형대수? 자료구조? 내가 이걸 왜 배우는데?에 대한 답을 모르는 상태에서 학교 공부를 꾸역꾸역 따라가는 것은 의미가 없어보였다.
- 방향성을 잃으니 자연스레 흥미도 떨어지고 공부도 재미가 없었다. 그로 인한 자신감과 자존감 떡락..
- 고등학생 때만 해도 파워 문과였기 때문에 코딩에 대한 기초가 너무 없었다.
- 그렇다면? 공부를 더 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개발 역량을 기르자!!
2. 망가져버린 건강과 멘탈
- 계속되는 타지 생활과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그리고 자기관리의 부재로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모두 잃은 상태였다.
- 가장 건강해야 할 20대 초반에 이렇게 살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렇다면? 운동하자! 쉬자! 가족이랑 시간을 보내자!
3. 사실 그냥 너무 지쳤다..!
- 재정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2019년 가을학기부터 휴학을 하게 되었고, 어느덧 2년이 순삭되어 세 달 후 복학을 앞두고 있다. 23년 인생 중 내가 내린 가장 후회 없는 결정은 휴학이었다. 이 포스트를 통해 2년간의 나의 경험들을 정리해보고, 회고해 보려 한다!
휴학 회고 시리즈
2년간의 휴학 회고 1편: 싱가포르 여행, 교환학생, 그리고 인턴
2년간의 휴학 회고 2편: 또 다시 인턴 - SAP Korea
2년간의 휴학 회고 3편: 대외활동 도장깨기 - 대학생 IT 창업 동아리 SOPT
2년간의 휴학 회고 4편: 또 다시 교환학생 - 연세대학교, 데이터 사이언스 학회
2년간의 휴학 회고 5편: 프로젝트 도장깨기 & 미리하는 취준과 끊임없는 고뇌
싱가포르 여행, 교환학생, 그리고 인턴
휴학의 스타트는 싱가포르에서의 여름학기 교환 + 인턴십 프로그램으로 끊었다. 학교에서 제공되는 글로벌 인턴십 프로그램으로, 신청한 나라에서 인턴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나는 싱가포르의 한 스타트업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게 되었고, 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 (싱가포르 국립대학)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수업을 듣게 되었다. 월~목까지는 근무를 하고, 금요일은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일정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중학교 때 반년간 싱가포르에서 국제학교를 다녔던 적이 있는데, 내 기억속 싱가폴은 매우매우 덥고 습하고 불쾌지수 만땅인 나라였다.. 하지만 막상 마주하게 된 싱가포르는 뜨거웠지만 아름다운 나라였다.
퇴근할 때 버스를 타고 기숙사를 돌아올 때 새파란 하늘이 너무 예뻐서 핸드폰도 안보고 항상 창 밖만 바라봤던 것 같다 (이 파란 하늘의 소중함은 미세먼지가 가득한 회색 빛의 한국 상공을 마주했을 때 깨달았다..) 나는 매일 아침 NUS에서부터 Financial district까지 3-40분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했었다. 회사 주변이 Marina Bay인 만큼 관광지도 많이 둘러볼 수 있었고, 음식도 진짜 어마어마 하게 많이 먹었다. 싱가포르 음식이 안맞아서 살이 빠지지 않을까 하던 우려가 민망할 정도로 진짜 잘 먹었다. 그 중에서도 나는 인도 음식을 진짜 진짜 좋아했는데, 공교롭게도 상사분이 인도인이셔서 내가 인도음식을 좋아하는 걸 엄청 뿌듯해하셨다. 본의아니게 사회생활까지 해버린 ^^
회사 이야기
나는 싱가폴의 작은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며 회사 웹사이트 개발과 고객 데이터 관리를 담당했다. 사실 되게 작은 회사고 직접적으로 개발 관련된 일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는 크게 배운 점은 없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첫 직장이었고, 회사에서 진행되는 의사결정 프로세스와 협업 능력을 배울 수 있었기에 아주 값진 경험이었다.
+ 팀 여자분이 폰 케이스 방탄 정국 사진을 붙여뒀길래 혹시.. 아유 아미..? 하고 내가 한국인이라고 하니까 나를 너무 좋아해줬다.. 역시 월클 비티엣스^^ 체고 ^^
싱가포르 생활 이야기
생활하며 조금 어려웠던 부분을 꼽자면:
1. 아무래도 Singlish(Sinapore + English)가 가장 큰 난관이었다. 우선 억양도 굉장히 독특하고 (중국어 액센트 + 인도 액센트) 말도 굉장히 빠르기 때문에 처음에는 코워커들 간의 대화를 못 따라갔었다.. 거기에다가 중간중간에 중국어도 섞어 말하신다... 진짜 초초초고난이도... 이래봬도 미국 대학 다니는데요... 못 알아듣겠어요.. 초반에는 말 놓칠 때 마다 어색한 haha만 남발했던걸로 기억한다...
2. 싱가포르가 중화권 나라이기 때문에, 나처럼 생기면 당연히 중국어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가 공용어는 영어지만, 사실 생활하다보면 중국어가 필수라고 느껴졌다.
3. 주먹만한.. 바퀴벌레와 다양한 트로피컬 벌레들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싱가포르 바퀴벌레는 날아다닌다. 그리고 날아오를 때 마치 미니 드론과 같은... 정도의 소리가 난다.. 아무래도 날씨가 습하다 보니 온갖 벌레들이 많다..그러고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해서 피지컬이 한국의 벌레들보다 1.5배는 된다. 벌레를 극도로 싫어하는 나에게는 너무 힘든 점이었다 ㅜㅜ
정리해보니 언어적인 면에서의 어려움이 제일 컸던 것 같은데, 외국에서 겪게되는 당연한 어려움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같은 아시아권 나라이기 때문에 인종차별이나 동양인 혐오 범죄는 당연히 없었고, 오히려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인에게 굉장히 우호적인 사람들이 많다. 싱가포르에 가게되면 기본적으로 BTS 멤버들 이름 정도는 외워두면 어딜가나 공감대 형성하는데에 문제 될 일은 없을 것 같다.
내가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었던 습한 날씨도 그렇게 불편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오히려 어딜 가나 에어컨이 빵빵하게 틀어져 있어서 얇은 외투는 항상 챙겨다녔던 것 같다. (요즘은 한국 날씨가 더 더움)
정말 알찼다..
두 달이라는 시간치고 싱가포르에서의 생활은 진짜 너무너무 재밌었다. 이 포스트에 담지 못한 얘기들 (교환 프로그램에서 만난 친구들, 싱가포르 곳곳의 관광지 탐방, NUS 수업후기, 주먹만한 바퀴벌레와의 동침 에피소드 등등)이 많지만, 이건 시간나면 싱가포르 편으로 다시 포스트를 작성해보도록 하겠다.
특히나 지금 코로나가 창궐하고 있는 시점에서 돌아봤을 때,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다. 미국에서 2년간 지내던 것과는 다른 느낌의 타지 생활이었고, 경제활동을 하면서 혼자 생활했던 경험이 꽤나 어른이 된 것 같았달까?
와... 휴학 24개월 중 2개월 썼다..
To be continued..